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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집단

어둠의 집단, 7.사건 일지

사건 일지

서장님께서도 궁금하셨는지 빠르게 들어오셨다. "뭔데 그러십니까?" "복숭아 씨입니다. 정확히는 복숭아 씨의 핵 부분이죠. 이거 깨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럼 범인인 작정을 하고 했던 거군요. 마음속 충동 때문에 한 일이 아니라." 나는 복숭아 씨의 핵 부분이 들어있는 양을 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현재 과학수사도 청산가리의 양을 볼 수 없었으니 너무 무리한 도전이었다.

 

나는 더 이상의 무모한 짓을 그만두고 빠르게 사진을 찍고 증거물을 담았다. 이 무거움 현미경을 가지고 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증거물을 담고 빠르게 파출소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 보면 뛰지 않아도 충분히 빨랐다. 사무실로 가는 것과는 다르게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우리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할 때었다.

우리가 이렇게 빠르게 한 이유가 있다. 이미 호센 씨께서 신고를 해두셨는데 물증이 없어 기각이 되었고 자칫하면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빠르게 증거를 사건 일지에 기록하고 나서 호센 씨의 신변보호를 신청했다. (어차피 내가 신청하기만 하면 바로 서장님께서 허락해 주시기로 했기 때문에 이건 신청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나는 신변보호를 했긴 했지만 이번 사건의 용의자도 몇 명 없고 아서는 행방불명 상태이니 사건을 조금 천천히 이끌기로 했다. 사법 경찰 관리자인 서장님께서도 동의를 하셨다. 그리하여 우리는 [형사법 제6조, 검사는 사법 경찰관으로부터 수사지휘 건의를 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지휘하여야 한다. 다만 사인이 복잡하거나 장기간 검토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을 따라 우리 사건 담당 검사님께 허락을 받고 조금 늦추기로 했다.

 

우리는 늦춘 시간 동안 아서의 행방불명과 다른 용의자와 잡힌 찰스 형제의 관계를 알아보려 애썼다. 나는 그 정도로 구치소를 들락날락한 적이 없을 만큼 면회를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찰스 형제와도 친해진 것 같았다. '뭐 유력한 증인 -이자 범인-과 친해지면 나쁜 것도 없지'라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사건 일지를 채워 나갔다.

 

지금 내 수첩에 쓰여 있는 번호는 10개가 넘었다. 그중에서 자세히 더 알아봐야 할 부분을 서장님과 같이 공유했다. 1. 범인은 찰스 형제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있으며 어쩌면 하나의 거물 집단일 수도 있을 것이다. 2. 집단의 보스-이거나 전달자- 는 찰스 형제에게 정체를 숨기고 있다. 3. 지금 이 사건은 그전에 맡았던 사건(5화 참고)과도 연결되어 있다. 등이 있었다. 일단 우리는 이 가설들을 가지고 계속해서 추리를 해나갔다. 담당 검사님께서는 그전 사건까지 들추는 것은 위험할 것이라고 하셨지만 마지못해 수락하셨다. 

 

2개월 뒤 나는 여느때 처럼 사건일지를 채워가고 있었다.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서장님이셨다. "큰일 났습니다! 일단 경찰서로...! 아니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아니, 고센 빵집 쪽으로!" "아니 무슨 일인데..." "오시면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일단 새로운 사건이 터졌다는 것은 알아 두세요! 그리고 최대한 빨리 오십시오!" 나는 서장님의 급한 전화를 받자마자 사건 일지, 수첩 등등을 챙기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고센 빵집 쪽으로 도착하자마자 나는 비상사태인 것을 알아차렸다. 그 쪽의 상황은 아주 가관이었다. 사람들과 기자들이 아주 바글바글 개미떼처럼 모여들어 있었다. 나는 무슨 일 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뭉쳐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고센 빵집으로 들어갔다. 앞의 경찰관들은 몰려있는 사람들을 제지하느라 바빴다. 

"이거 무슨 일입니까?" 나는 서장님에게 물어보았다. "범인이 기밀 문서를 퍼트렸습니다. 지금 기사가 아주 난리에요!" 다음 편에 계속 (어둠의 집단, 비상사태.)